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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듣는다거나 한국인이 잘 찾지 않는 곳을 여행한다거나 한국 학생이 없는 곳으로 유학을 가는 상황 등을 떠올려 볼 수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우리말글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그 아픈 마음을 우리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방송인으로 유명했던 시절부터 한글 사랑이 남달랐던 정재환 교수가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되살린다. 조선어학회의 여러 활동과 일제의 야심이 드러난 '조선어학회사건'을 중심으로, 한글의 탄생과 생존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한글의 역사는 기구했다. 훈민정음이 널리 배포되었음에도 지식인들의 이중 언어생활은 계속되었고, 고종의 국문칙령 전까지 국문의 역할을 한 것은 한자였다. 독립신문이 국문전용 시대를 활짝 여는가 싶었지만 이내 일본어가 국어가 되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그렇게 나라와 나라말을 영영 잃을 뻔했던 우리가 이렇게 한글을 당연하게 쓰고 있는 것은 모두 선조들의 투쟁 덕분이다. 책을 읽으며 한글의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날, 한글날의 의의를 다시 생각한다. 한글날은 또 하나의 삼일절이요 광복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