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우저의 외국어 순례"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몽골어,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에스페란토어... 로버트 파우저가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들이다. 아, 그의 모국어는 영어다. 나열된 언어들을 보자니 경외감이 밀려온다. 개수를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 많은 외국어들을 평생 즐겁게 익히며 살아온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외국어를 잘 할 수 있나요?" 아마 그가 살면서 "How are you?" 다음으로 많이 들은 질문 아닐까. 이제 그는 적절하게 간명한 대답을 고민하느라 머리 아프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책만 내밀면 해결이다.
마치 외계인의 초능력과도 같아 보이는 수많은 외국어를 구사하니, 초능력과도 같은 학습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약은 꼼수는 없나보다. 학습에 대해서 그가 하는 말은 그간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암기, 인내, 반복, 이해... 다만 이 책의 특별한 지점은 여러 언어들을 마주하고 학습해온 로버트 파우저의 경험담과 그 속에서 우러 나오는 흥미, 열정, 몰입, 깨달음 같은 감정들이 전해져와 그 자체로 마음에서 어떤 종류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 대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뿜어져 나오는 환한 활력, 그것이 이 책에도 여지없이 들어있다. 언어 학습에 욕심있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자리잡을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