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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근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호이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친숙한 작가다. 그런 그를 가리켜 일본의 장르문학 편집자이자 작가, 이 책의 엮은이인 히가시 마사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문학 작가”라고 칭했다. 일본에서 이 책은 ‘문호 괴기 컬렉션’이라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될 때의 원제는 <환상과 괴기의 나쓰메 소세키>였다고 한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도 불리는 대문호와 ‘기담(奇談)’이라니, 지금까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쓰메 소세키가 낯설게 보인다. 하물며 그 스스로 ‘요괴와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니, 이 자체가 하나의 기이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책에서 소세키는 에도 시절의 도쿄부터 런던과 중세 유럽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기담들을 통해 매혹적인 ‘이상야릇함’을 펼쳐낸다. 그의 기담들은 정형화된 유령이나 요괴들을 다루는 대신에 대신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렇기에 더욱 기묘한 순간과 정서들을 파고든다. 엮은이가 소세키 환상문학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은 <열흘 밤의 꿈> 가운데 첫째 날 밤의 이야기, 세상을 떠난 아내의 부탁을 따라 진주조개로 판 구덩이에 아내를 묻고 떨어지는 이슬의 무게를 못 이겨 한들거리는 백합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책의 부제가 이르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다양한 형식으로 쓰인 열세 편의 기담으로 지금껏 잘 알지 못했던 대문호의 다른 얼굴을 엿볼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