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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가 먼 역사의 흔적에서 깨어나 오늘 세계와 맞닿은 공간으로 여겨진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길을 따라 오가던 유물부터 오늘 그 길을 다시 걷는 여행기까지, 그곳은 제법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곳은 흐릿하게 보일 뿐 선명하지 않다. 낯설게 다가오는 수십 개의 언어와 오늘날 수십 개 나라에 얽힌 넓디 넓은 지역에서, 마땅한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중앙유라시아 역사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김호동 교수의 개설서를 기다리는 이가 많았다.
김호동 교수는 1차 사료 역주서부터 주요 해외 저작 번역과 교양서 집필까지, 그간 중앙유라시아 도서 출간에 꾸준히 관여했고, 이 책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는 90년대 후반부터 이 지역에 주목해 수십 종의 책을 펴내며 유목-오아시스 문화 소개에 앞장섰다. 더불어 지도를 역사 읽기의 주요 텍스트로 삼아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도 펴냈는데, 이번 책이 그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해당 분야의 저변을 넓힌 출판사와 그 지역 역사 연구에서 손꼽히는 학자가 2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성과라 할 텐데, 그것이 연구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교양으로 마주할 수 있는 구성과 요소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라 하겠다. 비로소 중앙유라시아에 들어서는 탄탄한 입구가 마련되었으니, 더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