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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팔 년 전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목 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작가의 말) 천선란의 이 소설은 그 순간 시작되었다. 갑자기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거나 손톱 사이로 새싹이 자라기 전까지는 자신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유나인. 그에겐 이제 식물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상 사람은 누구도 목격하지 못한 억울한 죽음을 바라보고 있던 식물들의 선량함이.

    2년 전 갑자기 실종된 원우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그의 아버지를 나인은 안다. 나인처럼 조금 다른 구석이 있는 나인의 친구들, 미래와 현재도 그 아저씨의 절절한 그리움을 안다. 타인의 슬픔을 안다면 타인을 위해 달릴 수 있다. 숲이 전해준 이야기를 말하는 나인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나인의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원우를 위해 노력한다.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376쪽)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무용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

    <나나>를 첫 권으로 소개한 소설Y 시리즈와 함께 숲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은밀하게,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다는 걸" (239쪽)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의 산뜻한 달음박질. 소설가 정세랑의 추천처럼 "생장점 가득한 천선란 소설이 가닿아야 할 사람들에게 꼭 가닿기만을 바라고 있다."
    - 소설 MD 김효선 (2021.11.05)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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