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거장 그렉 이건 소설집"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소년. 그는 어떤 두려움도 느낄 수 없다. 애써 노력해도 불가능하다. 종양의 희귀한 부작용으로 행복감을 자아내는 엔도르핀의 일종인 루엔케팔린의 뇌내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은 일상에 그저 행복해하는 소년을 보며 극한의 슬픔을 느낀 부모는 무리한 비용을 감내하고 최첨단 치료를 예약한다. 수술은 극적으로 성공하여 종양이 제거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찬란하게 반짝이던 행복의 빛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암세포와 함께 루엔케팔린도 전멸한 것이다. 우울의 심연이 지배한 소년의 내면은 폐허가 되어 생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를 회복이라 할 수 있을까. 고도로 발전한 의학은 의뇌를 이식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문제를 명쾌히 해결해 내려 한다. 그 결말은 누군가에겐 현대 의학의 빛나는 승리요, 누군가에겐 끝 모를 깊은 공허다. 테드 창과 켄 리우를 만난 이후, 또 한 번 생을 뒤흔들 강렬한 작가와의 조우에 목말랐을 독자들에게 그렉 이건의 세계를 권한다.
- 소설 MD 권벼리 (202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