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일본서점대상 1위 <아몬드> 손원평 최신작. 뇌 속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아몬드'에 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던 소설가는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를 유토피아를 설계했다. 극단적인 고령화로 인구 피라미드가 역전된 근미래의 세계, 도서관에 가면 AI가 토해낸 화면에서 AI가 연기하는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상에 사는 29세 배우 지망생 나라는 '나보다 더 젊고 어린 사람들에게. 그리고 기계에게.' (25쪽)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위기감을 일기에 적는다. 호텔 청소 일자리를 잃고 지원한 노인 복지 시설 '유카시엘'에 기적적으로 채용된 그는 이 일자리가 남태평양의 인공섬 '시카모어'를 무대로 진짜 배우가 되는 꿈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노인들의 나라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상담사로 일하기로 한다.
주인공 '나라'의 일기 형식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독자는 나라가 경험한 만큼만, 나라가 느끼는 만큼만 이 세계를 겪을 수 있다. 유닛 A부터 유닛 F까지 재력에 따라 분류된 노인들은 자신의 유닛에 합당한 대접을 받고, '선택사'를 하지 않고 오래 살아있는 노인들을 파렴치한 취급한다. 노동해야 하는 노인, 비난받는 노인들의 입장을 들으며 나라는 갈등하고 선택한다. 논쟁적인 설정을 따라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 달리다 보면 이 질문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남는다. '유닛의 등급이 곧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증명'(162쪽)이라는 말을 뱉는 엘리야의 말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져 들리는 순간,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이 세계를 향한 질문이 될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 제작자 장원석, <오징어 게임>의 배우 정호연이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런데 의문이 들기는 해. 언젠가 우리도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될 텐데, 그땐 어떤 모습일까?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서 낮은 등급의 유닛에 들어가거나 전적으로 남의 도움으로 살게 된다면 말이야.
엘리야는 내 말을 자신 있게 받아쳤다.
그럴 일은 없어. 일단 약간의 돈만 있으면 거의 늙지 않는 게 가능한 시대니까.
탄탄한 서사와 뛰어난 문학성을 보여준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아일랜드>에 이어, 제21회 수상작으로 선정된 <비로와 호랑할배>. 작은 아이를 등에 업고 달리는 호랑이의 표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 책은, 한 소년과 호랑이 할아버지의 특별한 모험과 이별을 담아낸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 비로의 할아버지는 본래 호랑이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온 지난 70년 동안, 그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짊어진 채 긴 세월을 견뎌왔다. 점차 호랑이로 변모하기 시작하자, 자신이 있었던, 그리고 있어야 할 곳인 백두산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비로는 할아버지의 모험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고, 둘은 자신들을 뒤쫓는 수색대와 밀렵꾼의 눈을 피해 험난한 길을 헤쳐나간다. 그러던 중, 수색대로부터 포위당하고, 밀렵꾼의 덫에 빠지고 마는데…
팽팽한 긴장 속에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속도감 넘치게 펼쳐지고, 비로와 호랑할배 외, 산신 설영, 밀렵꾼 척지상 같은 인물이 등장하여 스토리를 더욱 다층적으로 만든다. 비로와 호랑할배가 함께 길 위에 나란히 서는 순간, 큰 위기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따듯한 위안이 되는 순간, 각자의 길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순간. 험난한 여정 속에 포개어지는 그 모든 애틋한 순간들이 뭉클한 감동을 남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심사평
<비로와 호랑할배>는 이 시대의 동화들 사이에서 허를 찌르고 솟아 나온 작품처럼 보였다. 판타지라 하면 인공 지능이나 환상 세계, 타임 슬립 등을 떠올릴 때, 이 작가는 뜬금없이 호랑이를 들고 나왔다. 그것도 같이 살던 할아버지가 진짜 호랑이로 변해 백두산에 가겠다고 나선다! 두타산을 시작으로 해서 호랑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숨 막히는 여정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펼쳐지는데, 마지막까지 두 주인공의 서로를 향한 애틋한 배려가 각별하게 느껴졌다._이경혜, 황선미, 최나미
주어진 일은 대체로 잘 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다른 사람들 배려도 세심하게 해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끝없는 불안과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당신은 고기능성 불안 장애(High-Functioning Anxiety) 일지 모른다. 내면에서 스스로에게 끝없이 휘두르는 채찍에 지쳤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고기능성 불안 장애(HFA)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심리학자가 쓴 이 책은 과도한 생각, 지나친 책임감, 통제 욕구, 완벽주의에 빠져있는 이들의 불안한 심리에 대한 진단과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나은 사람이 되고자 발버둥 치는 패턴을 더 이상은 유지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일지 모른다. 두려운 대면의 시간에 이 책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 인문 MD 김경영
추천의 글
성과를 못 내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믿는다면? 세심한 배려가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면? HFA를 겪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훌륭한 성과를 내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심지어 본인조차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마음이 불편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최설민 (유튜브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운영자)
많은 사람들이 설렘을 갖는 날, 크리스마스이브. 선물은 고사하고 갑자기 손목뼈에 가시가 돋아났다. 뾰루지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예준과 달리 윤서의 몸에는 가시가 많이 생겨난다. 예준과 윤서는 소꿉친구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가시가 돋아난 걸 계기로 고1이 돼서야 서로 대화를 나눈다. 둘이 대화를 나누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예준의 부모는 이혼해 엄마가 집을 떠났고, 윤서의 엄마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홀로 지낸다. 비슷하게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낀 둘에게 모순되게도 가시가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블랙 버블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인간에게 난 가시만이 버블을 터트릴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곤 지구를 구할 것인지 지구를 구하지 않을 것인지 묻는다.
갑자기 몸에서 돋아난 가시. 가시가 온몸을 뒤덮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만 나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아마도 외로움의 차이일 거라고 예준은 생각한다. 지구를 구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구를 구할 것인가? 망설임 없이 '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구를 살리든 살리지 못하든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이런 불안정 속에서 "내가 가시 인간이 된다고 버블이 전부 제거되는 건 아니지만 모두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만큼 공동이 많아지고 위험이 커지잖아?"라고 말하는 윤서는 이 자체로 의미 있는 소멸이라 말한다. 작가가 설계한 이런 불편한 선택에 따른 딜레마의 끝은 결국 선함과 인류애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치닫는다.
아주 얇은 책이지만 남유하 작가가 그려내는 판타지 세계만큼은 깊고도 광활하다. 이제 이 책을 읽은 당신들의 선택이 궁금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고민한 순간 변화는 일어난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우주 쓰레기다." 윤서가 까만 우주에 떠 있는 물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사람들은 쓰레기라면 무조건 혐오하지만 난 쓰레기를 존중하고 싶어." "쓰레기를 존중하고 싶다." 방금 자기가 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나를 보며 윤서가 작게 웃었다. "저것들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쓰레기가 된 거잖아. 그러니까 존중할 필요가 있어."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