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을 추천하는 이유
한때 나는 책을 신뢰했었고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갈급했던 해석을 내 손에 쥐어주고 기존에 알던 세계를 뒤흔들어 부순 것은 대체로 길에서 만난 존재들이었다. 레바논계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화염』은 1991년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내게 책의 형태로 가까스로 도착한, 낯선 세계의 이야기다. 나는 『화염』을 읽으며 과거로부터 도착한 현재의 트라우마에 우왕좌왕하며 서로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끔찍한 악인의 얼굴을 한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그리고 다음의 질문을 한다. 이 모든 일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